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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프랑크푸르트 기행, 210828~0901

by 세바스티안 브란트 2022. 3. 26.


1.
처음 간 식당에서 나는 우선 제육볶음을 시켜 먹는 버릇이 있다. 고등학교 때 야자 끝나고 몰래 먹었던 "참참참"의 두루치기의 맛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였다. 아주 매콤하고 조미료 많이 들어간 자극적인 맛. 고기도 가장 싼 돼지 뒷다릿살에다가 채를 썬 당근과 어떤 채소가 두루 볶아진 야식이었다. 그나마 이와 비슷한 맛을 발견한 것은 남부터미널역과 방배 사이에 위치한 어느 허름한 분식점이었는데, 또 먹으러 재차 방문을 시도했지만, 코로나의 여파 때문인지 매번 문이 닫혀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잠깐 들린 프랑크푸르트에서 그보다 거의 똑같은 제육볶음을 맛보게 되었다. 먹고 정말 힘이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SEOULFOOD.

 

프랑크푸르트의 한식당 SEOULFOOD에서 하루는 제육덮밥 (11,90€), 하루는 만두라면 (7,90€)을 시켜 먹었다. 이틀 연속으로 간 셈이다. 반찬이 없다고, 반찬이 비싸다고 생각하면 독일에서 한식을 먹기 힘들 것이다. 단무지 한접시에 2,50€였지만 완벽했다.  



2.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연히도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날이 괴테 어르신의 생신 (8.28.)이었다. 독일문학의 그 상징을 쫓아 독일까지 왔는데, 그분의 생가를 방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272번째 생신을 맞이한 그가 태어난 곳을 가보니, 파티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대개 머리가 희끗하신 분들이었다. 알아보니 '자유독일대교구Freies Deutsche Hochstift' 회원에 한에서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맞은편 도로에 서 조금이나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기웃이 서성였다. Herzlichen Glückwunsch zum Geburstag, Herr Goethe!

 

왼쪽 사진은 독일 낭만주의 박물관 Deutsches Romantik-Museum이고, 오른쪽 사진은 그 옆에 바로 붙어 있는 괴테 생가 Goethe Haus다.   



3.
입대하기 전 친구와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그때는 정말 잠시, 한 네다섯 시간 정도 프랑크푸르트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때 왔던 유로타워를 다시 오니 옆자리는 허전하고, 그 친구가 보고 싶어졌다. 2주간의 유럽여행 동안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으려고 의심쩍은 사람이 접근한다 싶으면 서로 "진돗개"를 발령해주었는데, 기본군사훈련을 받을 때 그 명칭을 또 배우면서 혼자 즐거웠던 생각이 난다. 어느덧 나는 주위를 경계하지 않고도 낮이든 밤이든 거리를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수록 보고 싶은 사람들이 선명해진다. 아직 한국어가 그립고, 친구들이 보고 싶다. 소주를 제 돈 주고 마시긴 아깝고, 돈 안 내는 밑반찬이 먹고 싶다.

 

프랑크푸르트의 랜드마크 유로타워 Eurotower이다. 높이 148미터이고, '15년부터 유럽 중앙은행의 단독 감시 매커니즘 기구가 사용하고 있다. 빌리 브란트 광장 Willy Brandt Platz 역에 위치해 있다.


4.
나의 불행의 이유를 해야 할 것을 미루는 습관과 그 뒤에 따르는 핑계에서 찾았다. 진작에 괴테는 오해 Mißverständnisse와 더불어 나태함 Trägheit가 속임수 List와 악의 Bosheit보다 세상에 더 많은 잘못들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개인적으로 베르테르가 자살한 근원적인 이유도 나태함에 있다고 본다. 반면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 메피스토가 그가 원하는 것을 모든 이루어주는 대신 만약에 자신이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참 아름답구나!"라고 말하면 영혼을 팔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파우스트가 끝에 가서 결국 그 말을 외쳤음에도, 그의 영혼을 가져가려는 메피스토를 하나님의 천사들이 내려와 막아내고 그를 구원해주었다. 베르테르는 어느 정도 해보고 포기하였지만, 파우스트는 말그대로 해볼 거 다해보며 끝장을 보려고 했다. 전자가 30여쪽에 불과한 반면, 후자는 400쪽을 넘는 분량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괴테는 파우스트의 목소리를 빌려 그리스어 요한복음 11절의 "태초에 말 (λόγος, logos)이 있었다"를 독일어로 "태초에 행위 Tat가 있었다"라고 번역했다고 생각한다. 얕은 생물학 지식을 덧붙여 유기체와 무기체의 차이는 신진대사의 유무에 있다고 하는데, 즉 움직이느냐(유변) 움직이지 않느냐(불변)의 문제와 유사하다. 괴테는 파우스트의 장르를 "비극 Tragödie"이라 하였다. 오이디푸스로 유명한 이 비극은 정해진 운명 속에서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인물을 다룬다. 나는 사주팔자나 별자리 등을 믿지 않기에 내 정해진 운명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다만, 생명이 죽는다는 그 숙명은 잘 알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죽음 속에서 나에게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면 그 슬픈 굴레에서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괴테가 내린 결론이라 해석한다. 나름의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것. 한가한 화요일 정오, 지나가는 이에게서 풀내음이 난다.

 

프랑크푸르트 어느 공원의 분수 앞 벤치에 앉아 이 글을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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