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6 [강연 후기] 한동일, 『법으로 읽는 유럽사』(강남 교보타워), 180130 (수업을 듣기) 전에 잘 예습하고 / Habt Euch vorher wohl präpariert, 단락들을 잘 익혀라 / Paragraphos wohl einstudiert, 나중에 쉽게 알아차리기 위해 / Damit Ihr nachher besser seht, 그는 책에 있는 것 외에는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 Daß er nichts sagt, als was im Buche steht“ (Faust, Goethe) 이 구절은 파우스트로 변장한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에게 배움을 구하고자 멀리서 찾아온 학생에게 장난기 섞어 건넨 조언이다. 운좋게 수강신청에 성공한 의 저자이자 바티칸 변호사 한동일 선생의 신작 특강이 끝나고 파우스트가 왜 고전인지, 왜 오늘날에도 읽어야 하는지 새삼 느꼈다. 대부분의 시.. 2022. 4. 14. [무용 관람] E-conscious Dance Project, Utopia : [고래] (평화문화진지), 190531 옛 대전차 방호시설의 핏기 없는 시멘트 위로 고래 한 마리가 헤엄친다. 탱크를 보관했던 공간 속에 고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맞은편 벽 중앙 상단부에 검은색 배경의 스크린이 걸려있다. 화면 속에서 하양, 노랑, 파랑, 빨강의 4가지 색 물결선이 뒤엉키며 흘러갔다가 사라지길 반복한다. 하얀 옷의 무용수가 보이진 않지만 들을 수 있는 그 존재와 움직임으로 교감하기 시작한다. 손가락 하나하나로 허공을 더듬으며, 그 생명체를 찾아간다. 심해에서 길러 와 깊게 내쉬는 날숨. 어느새 무용수의 호흡이 고래의 그것과 닮아져 있다. 이어서 노란 옷의 무용수, 파란 옷, 빨간 옷의 무용수가 시차를 두고 등장한다. - 그들은 관객석에 앉아 있었다 - 몇몇은 무대를 향해 걸어가다 순간적으로 뒤돌아선다. 관객석을 응시하는 .. 2022. 4. 8. [연극 관람] 피노키오 (LG아트센터), 190518 1883년, 피렌체 출신의 작가 카를로 로렌치니 Carlo Lorenzini는 '콜로디 Collodi'라는 필명으로 「피노키오의 모험 Le avventure di Pinocchio」이라는 장편 동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원래 콜로디는 빈부격차나 자녀교육 등 당시에 심각하게 대두되던 사회문제를 다루기 위해 피노키오 이야기를 구상하고 초안을 작성했다. 하지만 어느 어린이 신문의 편집장 권유로 작품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수정하였다. 그리고 이 글을 '어린이를 위한 신문'에 연재했고, 그 연재 글을 모은 것이 바로 위의 책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작품의 생성배경을 통해 - 놀랍지는 않지만 - 피노키오가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원작과 유사하게, 이스라엘 출신의 안무가 야스민 바르디몽 J.. 2022. 4. 3. [연극 관람] 추남, 미녀 (예술의 전당), 190519 1. 관찰과 묘사 : 작게 빛나는 보석을 바라보는 남자. 보기 힘든 얼굴을 바라보는 여자 칙칙한 무채색 자켓을 입은 남자와 세련된 꽃무늬 녹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 두 사람이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서 있다. 남자 옆에는 저기 저 새들을 관찰하기 위한 망원경이 놓여있고, 여자는 금색 빛을 내는 보석을 손가락 사이로 쥐고 있다. 남자의 시선은 반짝이는 물건을, 여자의 시선은 남자의 얼굴을 향하고 있다. 남자는 너무 추하고 여자는 너무 아름답다. 남자는 못생겼지만 타고난 영리함으로 세상을 헤쳐왔다. 남자는 생김새와 상관없이 생태계에서 각자의 고유한 역할을 가진 자유로운 새들을 동경하고 탐구해왔다. 그의 독특함에 반해 먼저 다가온 이성들이 여럿 있을 정도로 남자는 지적인 면에서 권력을 지녔다. 그는 꽤 성공한 조.. 2022. 3. 25. [무용 감상] 최호종, 댄스 필름 '아니무스' 시리즈 Dance Film 'Animus' series (유튜브) Dance Film (DOLL - Archetype - Animus), 최호종 시리즈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트라우마다. 이는 총 4개의 영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의미하는 약어 PTSD의 문자 순으로 연결되어 있음에서도 알 수 있다. 첫 번째 작품 'DOLL'에서 무용수는 트라우마 그 자체와 트라우마의 치유과정을 형상화한다. 여기서 토끼는 토끼굴을 통해 그를 '이상한 나라'로 이끈다. 그 나라는 일종의 꿈인데, 꿈은 프로이트나 융이 말했듯 무의식을 대변하는 공간으로서 기능한다. 그리고 트라우마는 그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은폐되어 있다. 안무가는 이 감추어진 무의식을 들춰내기 위해서 심리상담의 장치를 도입해온다. 이른바 인형치료인 것인데, 이는 내담자가 인형을 매개로 하여 자신의 무의식.. 2022. 3. 22. [연극 관람] 인형의 집 part 2 (LG 아트센터), 190428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책의 말, 그의 말, 너의 말, 나의 말 등등 그 말들의 의미가 퇴색해지면 존재하는 공간은 안락함을 잃고 만다. 그와 동시에 불편한 공기가 집-사람을 감싸든다. 집 안은 점점 위험해진다. 노라가 집을 떠난 이유다. 그렇게 떠나갔던 노라가 15년 만에 '인형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자신의 오두막집을 세워 온 노라가 돌아왔다. 돌아온 노라는 유모 마리에게 묻는다. “뻐꾸기시계는 어디 갔죠? 피아노는 어디 갔죠? 어머니의 초상화는 어디 갔죠?” 남편 토르발트에겐 요구한다. "이혼해주세요." 그리고 막내딸 에미를 설득한다. '아빠의 마음을 바꿔달라고. 결혼은 나쁘다고.' 막이 바뀔 때마다 각각의 논쟁이 펼쳐진다. 각자의 입장이 드러난다. 말들이 오고가는 공간 사이에 의자가 놓여있다... 2022. 3.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