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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후기] 한동일, 『법으로 읽는 유럽사』(강남 교보타워), 180130 (수업을 듣기) 전에 잘 예습하고 / Habt Euch vorher wohl präpariert, 단락들을 잘 익혀라 / Paragraphos wohl einstudiert, 나중에 쉽게 알아차리기 위해 / Damit Ihr nachher besser seht, 그는 책에 있는 것 외에는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 Daß er nichts sagt, als was im Buche steht“ (Faust, Goethe) 이 구절은 파우스트로 변장한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에게 배움을 구하고자 멀리서 찾아온 학생에게 장난기 섞어 건넨 조언이다. 운좋게 수강신청에 성공한 의 저자이자 바티칸 변호사 한동일 선생의 신작 특강이 끝나고 파우스트가 왜 고전인지, 왜 오늘날에도 읽어야 하는지 새삼 느꼈다. 대부분의 시.. 2022. 4. 14.
[무용 관람] E-conscious Dance Project, Utopia : [고래] (평화문화진지), 190531 옛 대전차 방호시설의 핏기 없는 시멘트 위로 고래 한 마리가 헤엄친다. 탱크를 보관했던 공간 속에 고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맞은편 벽 중앙 상단부에 검은색 배경의 스크린이 걸려있다. 화면 속에서 하양, 노랑, 파랑, 빨강의 4가지 색 물결선이 뒤엉키며 흘러갔다가 사라지길 반복한다. 하얀 옷의 무용수가 보이진 않지만 들을 수 있는 그 존재와 움직임으로 교감하기 시작한다. 손가락 하나하나로 허공을 더듬으며, 그 생명체를 찾아간다. 심해에서 길러 와 깊게 내쉬는 날숨. 어느새 무용수의 호흡이 고래의 그것과 닮아져 있다. 이어서 노란 옷의 무용수, 파란 옷, 빨간 옷의 무용수가 시차를 두고 등장한다. - 그들은 관객석에 앉아 있었다 - 몇몇은 무대를 향해 걸어가다 순간적으로 뒤돌아선다. 관객석을 응시하는 .. 2022. 4. 8.
박태웅 칼럼 '눈을 떠보니 선진국이 돼 있었다'를 읽고,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다. 앞보다 뒤에 훨씬 많은 나라가 있는 상태, 베낄 선례가 점점 줄어들 때 선진국이 된다. ‘세상의 변화가 이렇게 빠른데 어떻게 토론을 하는데 2년이나 쓰나?’라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독일이 그렇게 2년여의 시간을 들여낸 백서를, 화들짝 놀라서 교과서처럼 읽고 베낀게 4년 전이다. 독일은 2년이나 시간을 들였지만, 우리보다 4년이 빨랐다. 긴 호흡으로 멀리 본 결과다.” (위 칼럼에서 인용, 칼럼 링크는 글 맨 아래 참조) 오랜만에 정말 통찰력 있는 칼럼을 읽었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여러 지표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박태웅 씨는 정말 우리가 스스로를 선진국이라 부를 수 있는지 톺아본다. 그리고 진짜 선진국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 4가.. 2022. 4. 5.
태양의 신 니카는 인도 설화에서 유래했다. 본 글은 일본의 유명 원피스 유튜버 '유드-론 YUDE-RON'의 1044화 리뷰 영상에서 '태양의 신 니카'와 관련된 내용들을 추려 번역ㆍ작성하였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갖다 붙이기, 좋게 말하면 연상 기법을 주로 사용하는 유드-론의 원피스 분석을 처음 접하신 분들도 최대한 혼란스럽지 않게 정리하고자 했습니다. 재밌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한 주의 휴재가 끝나고 모두가 목 놓아 기다리던 원피스 1044화가 공개됐다. 이번 화에서 고무고무의 열매의 진짜 정체가 '사람사람 열매 환수종 태양의 신 니카'라고 밝혀졌다. 많은 원피스 커뮤니티에서 이에 대해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된 이유는 태양의 신 니카라는 설정이 너무 자의적이라는 것이었다. 마르코의 불사조, 카이도의 청룡, 야마토의 오오구치 노 마카미.. 2022. 4. 3.
뭔헨 공항에서 노숙하기 좋은 곳과 공항에서 시내 가는 법, 220324 1. 뮌헨 공항 Flughafen München에서 노숙하기 경유지였던 파리 공항을 거쳐 뮌헨 공항에 오후 10시 20분에 도착했다. 뮌헨에서 밤베르크로 가는 밤 기차가 없었기 때문에 다음날 새벽 5시 6분에 뮌헨 중앙역 München Hauptbahnhof에서 출발하는 ICE 기차 (독일의 고속열차)를 예매했다. 그때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7시간. 숙소를 잡기엔 시간이 조금 애매하고, 무엇보다 돈을 아끼고자 공항에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뮌헨 공항에 있는 직접 양조한 맥주를 팔고 유럽 최대 규모의 비어가르텐 Biergarten 에어브로이 Airbräu에 가서 소세지와 맥주를 실컷 먹으며 밤을 세고 싶었지만, 영업시간이 저녁 10시까지였다 (비어가르텐이란 보통 천장 없이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는 곳을 말한.. 2022. 4. 3.
[연극 관람] 피노키오 (LG아트센터), 190518 1883년, 피렌체 출신의 작가 카를로 로렌치니 Carlo Lorenzini는 '콜로디 Collodi'라는 필명으로 「피노키오의 모험 Le avventure di Pinocchio」이라는 장편 동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원래 콜로디는 빈부격차나 자녀교육 등 당시에 심각하게 대두되던 사회문제를 다루기 위해 피노키오 이야기를 구상하고 초안을 작성했다. 하지만 어느 어린이 신문의 편집장 권유로 작품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수정하였다. 그리고 이 글을 '어린이를 위한 신문'에 연재했고, 그 연재 글을 모은 것이 바로 위의 책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작품의 생성배경을 통해 - 놀랍지는 않지만 - 피노키오가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원작과 유사하게, 이스라엘 출신의 안무가 야스민 바르디몽 J.. 2022. 4. 3.
에어프랑스를 타고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 갔다 (+ 하지 말아야 할 것), 220324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에어프랑스 Air France를 타고 프랑스 파리 Paris로 갔다. 목적지는 독일의 뮌헨 München/Munich이었고, 파리는 환승지였기 때문에 파리 샤를 드 골 공항 Aeroport Paris-Charles de Gaulle에서 약 4시간 머물렀다. 환승시간을 이용해 에펠탑 Tour Eiffel을 보러갈까 고민했지만 (공항에서 에펠탑까지 전철로 1시간 정도 소요), 거의 잠을 자지 않은 14시간의 장거리 비행과 최종 목적지 밤베르크 Bamberg까지 남은 16시간을 생각하니 도무지 공항 밖으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잠깐 에어프랑스 탑승 후기를 얘기하자면 (기내에서 사진을 한 장도 찍지 않아 아쉽다), 나는 비행기 정면 기준 오른쪽 라인의 창가측 자리에 앉았다. 내 라인.. 2022. 3. 28.
프랑크푸르트 기행, 210828~0901 1. 처음 간 식당에서 나는 우선 제육볶음을 시켜 먹는 버릇이 있다. 고등학교 때 야자 끝나고 몰래 먹었던 "참참참"의 두루치기의 맛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였다. 아주 매콤하고 조미료 많이 들어간 자극적인 맛. 고기도 가장 싼 돼지 뒷다릿살에다가 채를 썬 당근과 어떤 채소가 두루 볶아진 야식이었다. 그나마 이와 비슷한 맛을 발견한 것은 남부터미널역과 방배 사이에 위치한 어느 허름한 분식점이었는데, 또 먹으러 재차 방문을 시도했지만, 코로나의 여파 때문인지 매번 문이 닫혀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잠깐 들린 프랑크푸르트에서 그보다 거의 똑같은 제육볶음을 맛보게 되었다. 먹고 정말 힘이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SEOULFOOD. ⠀ 2.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연히도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날이 괴테 어르신의 .. 2022. 3. 26.
[연극 관람] 추남, 미녀 (예술의 전당), 190519 1. 관찰과 묘사 : 작게 빛나는 보석을 바라보는 남자. 보기 힘든 얼굴을 바라보는 여자 칙칙한 무채색 자켓을 입은 남자와 세련된 꽃무늬 녹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 두 사람이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서 있다. 남자 옆에는 저기 저 새들을 관찰하기 위한 망원경이 놓여있고, 여자는 금색 빛을 내는 보석을 손가락 사이로 쥐고 있다. 남자의 시선은 반짝이는 물건을, 여자의 시선은 남자의 얼굴을 향하고 있다. 남자는 너무 추하고 여자는 너무 아름답다. 남자는 못생겼지만 타고난 영리함으로 세상을 헤쳐왔다. 남자는 생김새와 상관없이 생태계에서 각자의 고유한 역할을 가진 자유로운 새들을 동경하고 탐구해왔다. 그의 독특함에 반해 먼저 다가온 이성들이 여럿 있을 정도로 남자는 지적인 면에서 권력을 지녔다. 그는 꽤 성공한 조.. 2022. 3. 25.
미국 원피스 유튜버, 일본 원피스 유튜버와 인터뷰하다. 미국의 원피스 유튜버 오하라 Ohara는 만화 원피스에 관한 가장 뜨거운 17가지 질문들을 가지고 소위 일본 최고의 원피스 유튜버 유드-론 Yude-Ron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오하라는 7달 전 (2021.08월) 자신의 의견과 함께 유드-론의 라프텔/원피스 이론에 관한 영상을 만들어 올렸으며, 그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한다 (2022.03.23. 기준 약 340만 조회. 아래 영상 링크 참조). 그는 자신의 영상을 보는 사람들 대부분이 일본의 애니/만화 커뮤니티를 많이 접해보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여, 유드-론을 필두로 Q&A를 진행해 좀 더 그를 잘 알아보고자 인터뷰를 기획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오하라는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질문을 모으고, 그중에서 모두가 궁금해할 17가지 질문들을 선정했다.. 2022.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