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여행11

박태웅 칼럼 '눈을 떠보니 선진국이 돼 있었다'를 읽고,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다. 앞보다 뒤에 훨씬 많은 나라가 있는 상태, 베낄 선례가 점점 줄어들 때 선진국이 된다. ‘세상의 변화가 이렇게 빠른데 어떻게 토론을 하는데 2년이나 쓰나?’라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독일이 그렇게 2년여의 시간을 들여낸 백서를, 화들짝 놀라서 교과서처럼 읽고 베낀게 4년 전이다. 독일은 2년이나 시간을 들였지만, 우리보다 4년이 빨랐다. 긴 호흡으로 멀리 본 결과다.” (위 칼럼에서 인용, 칼럼 링크는 글 맨 아래 참조) 오랜만에 정말 통찰력 있는 칼럼을 읽었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여러 지표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박태웅 씨는 정말 우리가 스스로를 선진국이라 부를 수 있는지 톺아본다. 그리고 진짜 선진국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 4가.. 2022. 4. 5.
피나 바우쉬 인터뷰 번역. 이사도라 덩컨 『무용에세이』발췌. 학자의 논리 정연한 언어보다, 예술가의 직관적인 언어가 더욱 빛 날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아이들의 음성은 특히나 주목할 가치가 있다. 나의 철학적 관념 역시 사촌 동생들과 함께한 시간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탄츠테아터(Tanztheater)라는 장르를 발전시킨 독일의 무용수, 피나 바우쉬 Pina Bausch는 아래의 다큐멘터리에서 "무용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인터뷰어: 마지막 질문입니다. 무용이란 무엇일까요? 피나 바우쉬: 무용이라.. 제가 잘 말할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한 가지 떠오르네요. 한 번은 그리스에 간 적이 있어요. 그리고 제 그리스 친구와 함께 집시들을 만나러 갔어요. 정말 멋졌어요. 우리를 얼마나 환영해주던지 믿을 수 없었죠. 그리고.. .. 2022. 3. 21.
[독일 시] 파울 첼란, 비의 라일락 Paul Celan, Regenflieder 라일락 (학명: Syringa vulgaris)- 연보랏빛 꽃과 은은한 향은 라일락을 연상시키는 감각적 심상들이다. 그 중에서도 라일락의 향은 그 곁을 지나가는 이들의 걸음을 한번쯤 멈추게 할 정도로 신비롭다. 그래서인지 이문세에서 저 멀리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926)와 첼란(Paul Celan 1920-1970)까지 그 향을 노래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한 가지 특징-내가 아는 한 릴케는 제외하고-은 라일락의 향과 그리운 여인이 연관되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인상적인 향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묘하게 어울릴 때, 우리는 그 과거를 그 냄새와 함께 추억하곤 한다. 아마 라일락 향이 아름답기 때문에 아름다웠고 그래서 지금은 그리운 그 추억과.. 2022. 3. 15.
후설,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 3-1. 르네상스 철학 이념의 새로운 개념과 함께 유럽적 인간성의 자율성 토대 확립 §3-1. 르네상스 철학 이념의 새로운 개념과 함께 유럽적 인간성의 자율성 토대 확립 【獨 원문】 §3-1. Die Begründung der Autonomie des europäischen Menschentums mit der neuen Konzeption der Idee der Philosophie in der Renaissance. 6a. 학문이 저 객관성이라는 의미에서 엄격히 확립된 진리를 스스로 요구하는 데 언제나 능숙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객관성이란 우리의 실증적 학문들을 방법론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을 넘어서 영향을 미치며, 철학적이고 세계관적인 실증주의에 발판을 마련해주고 그것이 일반적으로 퍼지게끔 해준 것이다. 【獨 원문】 Nicht immer war es so, daß di.. 2020. 12. 23.
『재앙에 관해서』(「게르마니스틱」2019년 3호권 서문) 아래의 번역문은 재앙과 문학의 관계를 주제로 삼은 「게르마니스틱」 2019년 3호권의 서문이다.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더욱이 재앙에 관한 관심과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에 있어 문학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 내용이 인간에 의해 촉발된 재앙보다는 자연력에 의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재앙에 관해서』는 앞선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선례에 자극을 받음으로써 21세기에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인재(人災)를 둘러싼 문학적 작업과 재앙과 관련된 주제에 대한 학문적 연구의 필요성 역시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콘스탄체 바움과 알렉산더 코세이나 Contanze Baum, Alexander Košenina 재앙에 관해서 Katastrophen 서문.. 2020. 12. 22.
[슈피겔 대담 : 하이데거] 1. 1933년에 대해서 입을 열다. 4a. “오직 또 하나의 신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습니다.” 【獨 원문】 “Nur noch ein Gott kann uns retten” 4b. 1966년 9월 23일 마르틴 하이데거와 슈피겔의 대담 【獨 원문】 SPIEGEL-Gespräch mit Martin Heidegger am 23 September 1966 4c. 슈피겔 : 하이데거 교수, 우리는 당신의 철학 작품이 당신의 삶 중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은 안 좋은 사건의 그림자로 그늘져 있다고 늘 단언해왔습니다. 한 번도 밝혀지지 않은 그 사건들로요. 【獨 원문】 SPIEGEL : Herr Professor Heidegger, wir haben immer wieder festgestellt, daß Ihr philosophisches Werk .. 2020. 12. 20.
작가 미상(횔덜린? 셸링? 헤겔?), 「독일 관념론의 가장 오래된 체계 구상」 주해의 추가가 필요하다 (…) 하나의 윤리학. 앞으로 형이상학 전체는 도덕이 될 것이기 때문에 - 이에 대해 칸트는 두 가지 실천적 요청들을 통해 단 하나의 예만을 제시했고, 아무것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 이러한 윤리학은 모든 이념들의 완전한 체계가 되거나, 또는 같은 말이지만 모든 실천적 요청들의 완전한 체계가 될 것이다. 첫번째 이념은 당연히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나 자신에 대한 표상이다. 자유롭고 자기의식적인 존재와 동시에 세계 전체는 - 무로부터 - 등장한다 - 이는 무로부터의 창조 중 참되고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여기서 나는 물리학의 영역으로 내려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겠다. 도덕적인 존재에게 세계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나는 실험으로 인해 오래 걸려 힘겹게 겨우 .. 2020. 10. 11.
『오늘날의 시학적 시』(「게르마니스틱」2018년 2호권 서문) 본 글에서는 독일의 독어독문학 학술지 「게르마니스틱(Gesellschaft für Germanistik)」 2018년 2호권의 서문을 번역해보았다. 제목은 『오늘날의 시학적 시』이며, 탄야 반 후른(Tanja van Hoorn)과 알렉산더 코세이나(Alexander Košenina)가 집필하였다. 독일문학 속 시학을 소재로 한 시를 개괄하며, 해당호에 속해있는 기고문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번역에 대해 잠시 첨언하자면, 외국인으로서 - 특히 한국인으로서 - 독일어 텍스트를 읽을 때 겪게되는 이질감을 전달하고자 원문을 거의 훼손하지 않고서 번역하고자 했다. 그래서 투박하고 부자연스러운 곳이 많을 것이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것 같은 부분에는 아래에 짧은 주해를 달았다. 탄야 반 후른, 알렉산.. 2020. 10. 3.
후설,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 2. 드러난 사실만 다루는 학문으로의 학문적 이상의 실증적 환원. 삶의 의미를 상실한 것으로서의 학문의 "위기" §2. 드러난 사실만 다루는 학문으로의 학문적 이상의 실증적 환원. 삶의 의미를 상실한 것으로서의 학문의 "위기" 【獨 원문】 §2. Die positivistische Reduktion der Idee der Wissenschaft auf bloße Tatsachenwissenschaft. Die „Krisis” der Wissenschaft als Verlust ihrer Lebensbedeutsamkeit. 3a. 하지만 아마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고찰방향으로부터, 말하자면 우리 문화의 위기에 대한 일반적인 비탄과 그와 동시에 학문에 주어진 역할을 출발로 해서 다음과 같은 동기들이 우리에게서 생겨나고 있다. 모든 학문의 학문성에 진지하고 불가피한 비판을 내던져야 한다. 하지만 이를 .. 2020. 10. 3.
후설,『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 1. 꾸준한 성과를 고려해서도 실제로 학문이 위기에 처해있는가? Ⅰ. 유럽적 인간성의 근본적 생존위기의 표출로서, 학문의 위기 § 1. 꾸준한 성과를 고려해서도 실제로 학문이 위기에 처해있는가? 【獨 원문】 Ⅰ. DIE KRISIS DER WISSENSCHAFTEN ALS AUSDRUCK DER RADIKALEN LEBENSKRISIS DER EUROPÄISCHEN MENSCHENTUMS § 1. Gibt es angesichts der ständigen Erfolge wirklich eine Krisis der Wissenschaften? 1a. 나는 다음의 것을 각오해야만 한다. 이렇게 학문에 몰두하는 장소에서 이미 "유럽 학문의 위기와 심리학" 이라는 강연의 제목이 모순을 유발한다는 점을 말이다. 【獨 원문】 Ich muß darauf gefaßt sein, d.. 2020.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