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생활

[연극 관람] 인형의 집 part 2 (LG 아트센터), 190428

by 세바스티안 브란트 2022. 3. 15.

연극 인형의 집의 포토존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책의 말그의 말너의 말나의 말 등등 그 말들의 의미가 퇴색해지면 존재하는 공간은 안락함을 잃고 만다그와 동시에 불편한 공기가 집-사람을 감싸든다집 안은 점점 위험해진다. 노라가 집을 떠난 이유다.

 

로비에 전시되어 있던 인형의 집 모형


    그렇게 떠나갔던 노라가 15년 만에  '인형의 집'으로 돌아왔다그동안 자신의 오두막집을 세워 온 노라가 돌아왔다돌아온 노라는 유모 마리에게 묻는다. “뻐꾸기시계는 어디 갔죠피아노는 어디 갔죠어머니의 초상화는 어디 갔죠?” 남편 토르발트에겐 요구한다. "이혼해주세요." 그리고 막내딸 에미를 설득한다. '아빠의 마음을 바꿔달라고결혼은 나쁘다고.' 막이 바뀔 때마다 각각의 논쟁이 펼쳐진다. 각자의 입장이 드러난다.


    말들이 오고가는 공간 사이에 의자가 놓여있다언어의 흐름과 함께 의자의 위치와 방향도 변해간다.


    의자에 앉아본다편히 앉아본다기대어 앉는다의자를 고쳐 앉는다다시 고쳐 앉는다기대어 앉아 본다의자를 돌려 앉는다비스듬히 앉아본다몸을 고쳐 앉아본다걸터앉아 본다의자를 쾅 돌려 놓는다. 의자를 당겨 앉는다조금 더 당겨 앉는다의자를 끌고 온다들고 온다마주보게 놓는다의자를 붙여 앉는다침묵의자를 돌린다살짝의자를 옮겨 앉는다. 다시 옮겨 앉는다살짝. 의자에 앉는다.


    관객도 의자에 앉아 있다. S, R, A. 1, 2, 3몇 번째 열 몇 번째 좌석어느 좌석에 앉아있는지에 따라 무대가 다르게 보인다나는 A 1 17 5번 좌석에 앉았다노라보다 토르발트가 잘 보이는 곳이었다실제로 토르발트에 더 가까웠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건 정말 힘들어!” 비교적 조용했던 극 초반에꼬르륵 꼬르륵 울어대는 배를 움켜잡고 있느라 무척 힘들었다.


    15년 전노라가 인형의 집을 처음 떠나던 날에 토르발트는 (문 옆의 의자에 주저앉아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있었다토르발트와 논쟁 끝에 노라는 “우리가 함께 사는 생활이 진정한 결혼이 될 수 있다면 되겠죠잘 있어요라고 소리치며 떠나갔다더 이상 토르발트의 “작은 종달새” 연기를 하며 새장에 갇혀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15년 후노라는 다시 한 번 집을 떠난다그러나 토르발트의 모습은 그 전과 다르다노라와 논쟁 끝에 대화를 나누고손을 잡고문으로 함께 향한다자유롭고 독립적인 사회를 위해 나아가는 노라를 토르발트가 배웅해준다의자를 바꿔 앉을 순 없더라도반복해서 고쳐 앉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멋진 엔딩이었다.

 

 

 

[인형의 집, Part 2]

[인형의 집, Part 2] 상세정보 장르: 연극 일시: 2019.04.10 ~ 2019.04.28 등급: 8세 이상 관람시간: 95분 장소: LG 아트센터

ticket.yes24.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