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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에어프랑스를 타고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 갔다 (+ 하지 말아야 할 것), 220324

by 세바스티안 브란트 2022. 3. 28.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에어프랑스 Air France를 타고 프랑스 파리 Paris로 갔다. 목적지는 독일의 뮌헨 München/Munich이었고, 파리는 환승지였기 때문에 파리 샤를 드 골 공항 Aeroport Paris-Charles de Gaulle에서 약 4시간 머물렀다. 환승시간을 이용해 에펠탑 Tour Eiffel을 보러갈까 고민했지만 (공항에서 에펠탑까지 전철로 1시간 정도 소요), 거의 잠을 자지 않은 14시간의 장거리 비행과 최종 목적지 밤베르크 Bamberg까지 남은 16시간을 생각하니 도무지 공항 밖으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왼쪽 사진은 샤를 드 골 Charles de Gaulle (1890-1970). 드 골은 프랑스의 장군이자 정치인이었다. 2차 세계대전 때 망명 정부 '자유 프랑스'를 성립하고 점령군 독일에 대한 저항을 주도하였다. 전후에는 임시정부 주석, 총리, 18대 대통령 등 계속해서 정치적 활동을 이어갔으며, 그의 정치적 사상을 통칭하는 골리즘 Gaullism의 영향은 오늘날 프랑스의 정치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파리 공항 외에도 프랑스의 수많은 도로와 건물들이 그의 이름을 하고 있으며, 그의 이름을 딴 항공모함도 있다고 한다. 오른쪽 사진은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의 2F 터미널 내부의 모습이다. 

 

잠깐 에어프랑스 탑승 후기를 얘기하자면 (기내에서 사진을 한 장도 찍지 않아 아쉽다), 나는 비행기 정면 기준 오른쪽 라인의 창가측 자리에 앉았다. 내 라인의 통로측에는 어떤 외국인 남자가 앉았는데, 서로 비어있는 중간 자리에 같이 짐을 놓자고 먼저 말해줘서 입고 온 두꺼운 패딩을 놓았다. 아무래도 사람이 있는 지라 화장실 가기가 불편할 것 같았는데, 그 분이 비행 중에 여기저기 자주 왔다갔다 해서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았길래 근처에 앉은 일행들, 심지어 한 승무원들하고도 고향이 같아서 인지, 언어가 통해서 인지 초반부터 시끄럽게 떠들어서 좀 짜증났다. 유일하게 알아들은 단어 '우크뤠인 Украина'으로 짐작해보건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것 같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 같았다. 웃고 떠들지 않고 뭔가 진지하게 얘기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 한 편이 씁쓸했다. 다른 승무원한테 조용히 해달라고 한번 지적을 받고 나서는 승무원 대기실? (기내식 준비하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서 대화를 이어갔다. 

 

첫 번째 기내식을 먹고 있는데 한 승무원이 그란데 사이즈의 종이컵과 플라스틱으로 된 불투명색 물통을 가지고 다니면서 "미소 숩, 미소 숩"이라고 말했다. 설마 일본식 미소된장국을 저렇게 준다고? 반신반의했다. 비행기 처음 탔을 때 항공기에서 일본어로도 소통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일본어 みず 미즈, '물'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같이 탔던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진짜 미소된장국을 줬다고 해서 아쉬웠다 (miso soup...). 또 아쉬웠던 건, 두 번째 기내식이 설마 14시간 비행인데 기내식을 한 번만 주겠어?라고 생각할 정도로 늦게 나왔는데 나중에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아까 말한 승무원 대기실 같은 곳에 가면 샌드위치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영화 '미나리'를 2~30분 남겨둔 채 다 못 보고 나와서 아쉬웠다. 영화 시작하기 전에 "비행시간 때문에 끝까지 못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보시겠습니까?"라는 안내문이 나왔기 때문에 당황스럽지 않았지만 아쉬운 걸 어떡할까.     

 

환승을 기다린 파리 공항의 2F 터미널 안에는 참새 몇 마리가 날아다녔다. 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나, 참새들이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바람에 찍지 못했다.

 

맨 우측 하단에 보이는 터미널 2F에서 4시간 정도 대기하였다.
탑승 전에 찍은 뮌헨행 에어 프랑스 항공기

 

톰 행크스 Tom Hanks가 주연한 영화 '터미널'의 실제 주인공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 Mehran Karimi Nasseri는 반정부 시위로 모국인 이란에서 쫓겨나 벨기에에서 망명을 했다. 이후 그는 영국으로 이주하고자, 파리를 환승하는 영국행 비행기를 탔는데 여행 서류를 도둑 맞아서 영국에서 환승지인 파리로 환송되었다. 그리고 그는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의 1 터미널에서 무려 18년 간 살았다고 한다. 맥도날드 직원들이 음식을 가져다 주었고, 공항 내 상점들에서 위생용품을 받아 썼다고 한다. 2006년 7월 그는 모종의 이유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으며, 2007년 1월 다시 공항 터미널로 돌아오고 나서 적십자의 도움으로 공항 근처의 호텔에서 묵게 되었으며, 같은 해 3월에는 노숙자를 위한 거주시설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 '터미널'의 포스터 (좌)와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서 18년 간 노숙한 메르한 나세리의 사진 (우)

 

우리는 3월 24일 오후 10시에 뮌헨에 도착할 예정이었고, 밤베르크에는 그 다음날인 3월 25일 오전 5시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밤 늦게 뮌헨에서 밤베르크까지 운행하는 기차가 없어서 다음날 거의 첫 기차를 예매했고,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가격도 거의 반값이었다. 기차를 타기 전까지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뮌헨 공항에서 노숙을 하기로 했는데 (다음 게시글에서 다룰 예정), 그 중간에 배고플지도 모르니 파리 공항에서 비행기 타기 전에 뭘 좀 먹기로 하였다. 그렇게 2 터미널의 푸드 코트 food court를 둘러 보다가 카레 가츠동을 6,10€에 파는 곳을 발견했다. 가격이 저렴하고 보기에도 괜찮아서 가판대에 딱 2개 남은 가츠동을 친구랑 각각 하나씩 집었다. 식당 이름은 YO! Sushi였는데, 밥이 너무 질었고 고기는 퍽퍽했으며 카레소스는 뿌려 주지 않느니만 못했다. 그 옆에 있던 Seefood Bar에 앉아 말도 안 되는 가격의 맥주와 오이스터 oyster (맥주 500cc 한 잔과 석화 6개를 합해 대략 35€했던 것 같다. 유럽 공항의 물가라고 생각하면 아예 말도 안 되는 것도 아니었으나, 언제나 한국과 비교를 하다보니 먹기가 두려웠다)를 먹고 있던 두 명의 동양인이 현명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좌측은 먹고 분해서 찍은 YO! Sushi. "HOT"이라고 쓰여진 가판대에서 카레 가츠동을 판다. 조심해야 한다. 우측은 바로 그 카레 가츠동이고, 한 입 먹고 너무 밋밋해서 같이 준 간장과 생강절임을 직접 넣었는데도 너무 별로였다.

 

결론은 이러하다:

다음에 에어 프랑스에 타게 되면,

① 미소 된장국을 받아볼 것

② 간식으로 샌드위치를 먹어볼 것

다음에 파리 공항에 또 머무르게 되면,

③ YO! Sushi의 카레 가츠동은 절대 쳐다보지도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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