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일본의 유명 원피스 유튜버 '유드-론 YUDE-RON'의 1044화 리뷰 영상에서 '태양의 신 니카'와 관련된 내용들을 추려 번역ㆍ작성하였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갖다 붙이기, 좋게 말하면 연상 기법을 주로 사용하는 유드-론의 원피스 분석을 처음 접하신 분들도 최대한 혼란스럽지 않게 정리하고자 했습니다. 재밌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한 주의 휴재가 끝나고 모두가 목 놓아 기다리던 원피스 1044화가 공개됐다. 이번 화에서 고무고무의 열매의 진짜 정체가 '사람사람 열매 환수종 태양의 신 니카'라고 밝혀졌다. 많은 원피스 커뮤니티에서 이에 대해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된 이유는 태양의 신 니카라는 설정이 너무 자의적이라는 것이었다. 마르코의 불사조, 카이도의 청룡, 야마토의 오오구치 노 마카미 大口真神 (オオクチノマカミ), 오로치의 야마토 노 오로치 八岐大蛇 (ヤマタノオロチ), 오니마루의 오오뉴도 大入道 (おおにゅうどう), 센고쿠의 대불 등 기존에 등장했던 다른 환수종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여러 나라의 신화나 설화에서 가져온 것에 비하여, 루피의 니카는 지금까지 들어보지도 못한, 정말 뜬금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니카는 그냥 오다 선생이 제멋대로 만들어낸 가상의 캐릭터가 아니냐고 비판한다. 이러한 아쉬움 섞인 비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원피스를 사랑하고, 나름의 열심으로 연구하고 추측한 사람들에게는 니카와 니카의 능력은 애초에 예측 불가능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차적으로 만화는 만화가의 상상으로 그려내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너무 자의적"이라고 투덜대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그리고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것을 좋아하는 오다 선생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너무 당황스러운 것도 아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니카 논란에 있어, 일본의 원피스 유튜버 '유드-론 YUDE-RON'은 조금 다른 입장이다. 그는 니카 역시 기존의 설화를 모티브로 한 존재라고 주장한다. 다만, 그 모티브가 블랙마리아의 동물계 거미거미 열매 고대종 로사미갈레 그라우보겔리 Rosamygale Grauvogeli나 야마토의 개개열매 환수종 오오구치 노 마카미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몰디브 현지어로 고무나무인 반얀나무 Banyan Tree가 니카 Nika라고 불린다는 점을 유드-론은 이미 지난 영상에 다뤘다. 반얀나무는 전 세계 각지에 많이 분포되어 있어 각 지역마다 그 나무의 이름과 그에 대한 이야기 역시도 다양한데, 그중에 하와이와 인도에서 반얀나무가 소원을 이루어주는 나무로 여겨진다고 한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선 '본생집'이라 불리는 『자타카 Jataka』라는 고대 인도의 설화집에는 '반얀나무에 사는 신'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옛날 옛적에 북인도의 카시 Kasi라는 지역에 한 남자 살았다고 한다. 그 남자는 커다란 반얀나무를 발견했고, 거기에 신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그 나무의 신에게 소원이 이루어지면 동물을 제물로 받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그의 소원이 이루어지자 그는 많은 염소와 노새, 닭, 양들을 잡아다가 제물로 받쳤다. 그러자 반얀나무의 신이 모습을 드러냈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친구여, 자네는 약속을 지켰다네. 자네는 약속에 묶여 있었지. 그리고 이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네는 약속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네. 그러나 그것이 약속이더라도 아주 나쁜 행동이라면, 더 불행한 결과가 자네를 더 커다란 속박으로 몰아넣을 것이네. 나쁜 행동이라면 약속이라도 하지 않는 것이 앞으로의 삶에 대한 구원이라네. 게다가, 자네가 정말로 내가 진짜 신이라고 생각한다면, 어째서 내가 고기를 먹는다고 생각했는가? 우리 같은 신들은 햇빛 같은 더 좋은 것을 먹는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인 없는가?" 이러한 신의 말을 듣고 어리석은 남자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그 이후로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나쁜 행동을 하는 대신 그와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일만 했다고 한다.
이러한 모티브에 따라 니카 혹은 루피가 고무나무인 반얀나무의 소원을 들어주는 신, 몰디브어로 '니카의 소원을 들어주는 신'이라면, 그 신의 소원을 들어주는 특징도 원피스 세계관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가장 쉬운 예로 후즈후는 니카가 "노예들이 자신들을 구해줄 거라 믿은 전설의 전사"라고 말했다. 여기서 니카는 노예들이 간절히 원하는 해방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전사로 언급됐다. 다음으로 니카의 열매를 먹은 루피는 아론을 물리쳐 달라는 나미의 소원을, 크로커다일을 물리쳐 달라는 비비의 소원을, 도플라밍고를 물리쳐 달라는 레베카의 소원 등을 이루어 주었다. 특히 하늘섬 에피소드 297화에서 코니스는 "저기 수, 신이 정말로 있을까? 있다면 구해주실까?"라고 물으며 "그 사람들을 지켜주세요!! 신이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그 옆에 스카이피아의 다른 사람들도 "이 나라를 지켜주소서, 신이시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바로 다음 화인 298화에서 루피는 "신, 신, 거 되게 시끄럽게 떠드네!! 무엇 하나 구하지 못하는 신이 어디에 있냐!"라고 말하며 최후의 일격으로 에넬을 쓰러뜨렸다. 마치 진짜 신 루피가 가짜 신 에넬을 쫓아내어 하늘섬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장면을 여기서 볼 수 있다. 유드-론은 이러한 이유로 이전에 루피가 진짜 신, 태양의 신 니카일 것이라고 추측한 바 있다 (실제로 하늘섬 사람들은 태양의 신을 숭배한다).
위의 후즈후의 언급에서 알 수 있다시피,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고뇌에서 해방해주는 전사"는 니카의 또 다른 특성이다. 서인도의 전설에 따르면 조이보이는 "언제나 웃으며 (중략) 그의 북을 두드리며 인간들의 걱정거리를 치유"하는 춤의 신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이전 글 참고). 뿐만 아니라 즈니샤가 니카로 변신하고 있는 루피의 심장소리 (해방의 드럼소리)를 듣고 "조이보이가 돌아왔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니카-조이보이-루피'라는 등식이 성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이보이는 포세이돈처럼 니카의 열매를 각성시킨 자에게 이어지는 이름일 수도 있고, 조이보이가 니카 열매의 선대 능력자이고 해방의 드럼소리를 울렸기 때문에 그 소리를 듣고 즈니샤가 "조이보이가 돌아왔다"고 말한 걸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 유드-론은 니카가 반얀나무의 모티브에서 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인도의 코끼리 신 가네샤 Ganesha가 자주 반얀나무 아래 앉아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고, 둘이 자주 같이 숭배된다는 점을 제시했다. 원피스의 즈니샤가 흰두교의 신 가네샤에서 유래됐다고 추정되며 즈니샤가 조이보이의 동료였다는 점은 가네샤와 반얀나무 (니카)라는 하나의 쌍과 대칭을 이룬다. 추가로 루피의 보모 컬리 다단 Kali Dadan의 이름 또한 인도의 죽음과 파괴의 여신 컬리 Kali와 같고, 가프와 드래곤, 사보의 고향인 고아 왕국 또한 인도의 어느 지역명인 황금 고아 Golden Goa와 이름이 같다고 한다 (다른 인도의 모티브들도 원피스에서 발견된다는 의미). 이러한 이유들로 유드-론이 주장하는 니카의 모티브의 인도 설화 유래설은 꽤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유드-론은 태양의 신 웃음의 신 니카 (니캇 にかっ은 일본어로 '씨익' 하고 웃는 소리)와 춤의 신 조이보이가 일본의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 天照大御神 (あまてらすおおみかみ) 이야기하고 연결시킨다. 일본의 창세신화에 따르면 태양신 아마테라스가 동생 스사노오의 난동이 무서워 아마노이와토 天の岩戸 (あまのいわと)라는 동굴로 숨자 세상에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드리웠다고 한다. 다른 신들은 아마테라스를 동굴 밖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여러 계획을 세웠는데, 그 중 하나가 아메노우즈메 天宇受売命 (あめのうずめ)가 동굴 앞에서 자신의 가슴을 드러내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것이었다. 그 춤을 보고 주변의 다른 신들이 웃어대자 아마테라스가 호기심에 동굴 밖으로 나왔고 이때 다른 신이 동굴 입구를 막아버려 세상이 다시 밝아졌다는 이야기이다.
아마테라스 신화를 원피스에 빗대어 보면, 웃음을 가져오는 자가 여명 Dawn을 이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서사엔 니카와 조이보이, 아마테라스 신화의 모티브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복잡하다는 의미는 원래 있는 딱 그대로 모티브가 사용되지 않고 그 요소요소들이 뒤엉켜져 나타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일본 창세기 신화에서 다른 신들을 웃게 만들고 태양을 상징하는 아마테라스를 다시 밖으로 불러낸 건 아메노우즈메인데 반해, 원피스에서는 태양의 신 '니카루피'가 직접 세상에 웃음과 여명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다 선생은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일본의 개그맨 세이야 せいや를 뽑았다. 세이야는 고등학교 때 심각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밝은 모습을 유지했고, 괴롭힘을 전부 개그로 받아치며 웃음으로 극복했다고 한다. 그를 왕따 시키던 무리는 그에게 학교 축제 때 연극 각본을 쓰라고 시켰는데, 세이야가 이때 쓴 콩트 각본이 엄청난 호응을 이끌었다. 상을 수여받으며 그는 "(이지메의 스트레스로) 탈모가 왔지만 이지메는 반격했다"고 말해 학교 전체가 환호를 했고 그때부터 반의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나무위키 '시모후리묘죠' 참고). 이처럼 원피스의 작가 오다 선생은 웃음으로 세상을 구하는 서사를 좋아하는 것 같다. 웃음은 세계를 여명으로 이끌 것이다. 웃음은 사람의 슬픔과 괴로움 그리고 어두움을 물리칠 수 있다. 웃음만이 어둠을 뛰어넘을 수 있다. 유드-론이 조이보이에 대한 힌트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거인 하그왈 D. 사우로는 이렇게 말했다: "괴로울 땐 웃으면 돼!" 이상이다.
이번 글을 작성하면서 반얀나무와 관련된 인도의 설화를 알게 된 것도 신기했지만, 요즘 말 그대로 코믹 Comic 스럽게 연출되는 원피스를 보면서 웃음을 주는 만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다음엔 유드-론의 고무수지유 이론이 과연 앞으로도 유효할 지에 대해서 써볼까 생각 중이다. 재밌으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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