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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시학적 시』(「게르마니스틱」2018년 2호권 서문)

by 세바스티안 브란트 2020. 10. 3.

      본 글에서는 독일의 독어독문학 학술지 「게르마니스틱(Gesellschaft für Germanistik)」 2018년 2호권의 서문을 번역해보았다. 제목은 『오늘날의 시학적 시』이며, 탄야 반 후른(Tanja van Hoorn)과 알렉산더 코세이나(Alexander Košenina)가 집필하였다. 독일문학 속 시학을 소재로 한 시를 개괄하며, 해당호에 속해있는 기고문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번역에 대해 잠시 첨언하자면, 외국인으로서 - 특히 한국인으로서 - 독일어 텍스트를 읽을 때 겪게되는 이질감을 전달하고자 원문을 거의 훼손하지 않고서 번역하고자 했다. 그래서 투박하고 부자연스러운 곳이 많을 것이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것 같은 부분에는 아래에 짧은 주해를 달았다. 


탄야 반 후른, 알렉산더 코세이나  Tanja van Hoorn, Alexander Košenina

 

오늘날의 시학적 시   Poetologische Lyrik der Gegenwart

서문   Vorwort 

 

 

      시행 속에서 나타나는 시인의 자기성찰은 시가 쓰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계속해서 있어왔다. 그 예시로, 호라티우스(Horaz)는 시적 형식의 소(小)역사에 대한 운문 형식의 성찰로「시학(De arte poetica)」의 도입부를 시작했다. 여기서 그는 우선적으로 시적 형식의 미(美)(“est pulchra esse poemata”, V. 99)와 그것이 청자에게 미치는 영향(“volent animum auditoris agunto”, V.100)을 유념했다. 이와 같이 시행 속에서 나타나는 시작이론은 반복하여 운문으로 창작되어 왔다. 바로크 시대에는, 예를 들어 도로테아 엘레오노라 폰 로젠탈(Dorothea Eleonora von Rosenthal)은 마르틴 오피츠(Martin Opitz)와 필립 폰 체젠(Philipp von Zesen)에게 다음의 시로써 경의를 표했다.

  * "시는 아름다운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시는 물론 감미로워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청충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으면 안 됩니다."(천병희 譯, 『시학』(문예출판사, 2014), 180p)

 

마르틴 오피츠(1597~1639)는 슐렌지엔 시인학교의 설립자이며, 독일 시인이자 바로크와 중세후기의 중요한 이론가임. 대표저서로 『독일 시학에 관한 책』이 있음.
필립 폰 체젠(1619~1689)는 독일의 시인이자 개신교 교회시인 그리고 작가임. 그의 자서전적 소설 『아드리아의 로제문트』는 바로크문학의 가장 위대한 소설로 뽑힘. 그의 시학은 독일 운율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침.

 

오피티우스(Opitius)는 시를 쓰네 트로케우스(강약음) 운율과

얌부스(약강음) 운율로 / 모두 알고 있듯이

케시우스(Caesius)씨가 그 뒤를 이었고 역시 우리에게

닥틸루스(강약약음) 운율의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쳐주었네

 

【獨 원문】

Opitius schriebe Trochäische Lieder

und Jambische Verse / wie zeiget ein jeder

Herr Caesius folget und lehret uns auch

Der schönen Dactylischen rechten Gebrauch

  * 오피티우스는 마르틴 오피츠, 케시우스는 필립 폰 체젠을 가리킨다. 라틴어식 이름이다. 

 

 

      특정한 운율형식에 관한 시처럼, 시학적 초상화와 개별 시인들 또는 작가의 사명에 대한 되부르기는 대체로 서로 붙어 다닌다. 특히 이 둘은 표현된 형식 안에서 작성된다. 예를 들어, 맛티아스 클라우디우스(Matthias Claudius) 또는 쉴러(Schiller)의 2행시(das Distichon)가 있다. 위대한 시인, 개별 형식 그리고 유명한 시에 대한 패러디는 근현대에 들어서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로베르트 게른하르트(Robert Gernhardt)의 완벽한 형식을 갖춘, 「이탈리아 기원의 잘 알려진 시적 형식에 대한 비판」 또는 그것의 변형판인 「쿠노 폰 호프만슈탈(Kuno von Hofmannstahl) 이후의 무상함에 대한 테르치네」가 그 예이다.

  * 첫 두문장을 번역하기가 까다로웠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시학을 묘사하는 시에는 보통 특정 작가나 작가로서의 소명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 속에서 언급된 표현양식은 그 표현양식으로 쓰여진다. 예를 들어 쉴러의 '이행시'를 보면, 헥사메타(Hexameter : -xx -xx -xx -xx -xx -x)가 언급된 첫번째 행은 헥사메타로 쓰였고, 펜타메타(Pentameter : -vv -vv - / -vv -vv -)가 언급된 두번째 행은 펜타메타로 쓰였다. 

  * '테르치네'란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1연이 3행으로 이루어진 시 형식이다. 독일에서도 유행했었다.

 

      이번 호의 기고문들은 다소 생소한 의미의 시학적 시들을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논의된 예시들은 시적 형식, 시인의 개성 또는 수공예적 과정 내지 수행적 행위로서의 시작에 대한 명백하고, 역사적이고, 교수법적이고, 문학사적인 성찰에 대해선 거의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함축적인 시학적 성찰의 정교한 변종들이 눈에 띈다. 주춧돌과 같은 해설모음집인 올라프 힐데브란드(Olaf Hildebrand)의 「시학적 시」(2003)에서의 체계적인 연관성이 자연스럽게 바로 떠오른다. 2018년 슈테파니 블룸(Stephanie Blum)은 그 책에 초기 계몽주의 시대와 관한 중요한 내용을 보충했다. 그러나 힐데브란트의 책은 단지 1945년 이후의 시 5편만을 다루었고, 그 중 두어스 그륀바인(Durs Grünbein)은 시집「비망록(Memorandum)」(1999)과 함께 현대의 유일한 시인으로 다뤄졌다. 에른스트 오스터캄프(Ernst Osterkamp)는 그의 시집을 아주 분명한 어조로 – 그의 기고문 제목처럼 - “유토피아 이후 시의 상황을 위한 비망록”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이는 회고를 통한 미래에 대한 전망의 비망록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륀바인이 세기 전환기에 그러한 비망록과 함께 현대시의 대표이자, 힐데브란트 책에서 쐐기돌로 여겨진다는 점은 아마 뒤따른 세대의 관점에서는 우연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세대는 공공연하게 ‘교양 시(Poeta doctus)’의 세대와 결별했고, 그륀바인은 특출한 방식으로 그 전(前)세대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어스 그륀바인(1962~)은 동독 출신의 독일 시인임. 그는 자신의 문학을 18세기의 초월적인 낭만주의와 구분하여, "신낭만주의(인간학적 사실주의)"라고 규정했음. 추가로 최연소의 나이로 뷔히너상을 수상했음.

 

      그럼에도 요즘 독일어권 현대시 중에는 자기성찰적인 ‘메타시(die Metalyrik)’도 존재한다. 작금의 시인들은 시인들과의 내밀한 대화 형식으로 작시하며, 본보기가 되는 시에서 도움을 구하고, 패러디하며, 시학적 헌정시를 창작한다. 그들은 일종의 ‘횔덜린 고쳐쓰기(Hölderlin Reparatur)’에 힘쓰고, “빅 벤(Big Benn)”을 찬양하고 토마스 클링(Thomas Kling)의 말벌들이 또다시 붕붕대도록 한다. 게다가 연구를 통해 여러 번 특징지어진 근대시의 경향인 시학적 자기성찰은 독일어권 현대시의 요즘 시집들에서 새로운 테크닉으로 대체되고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동시대의 시인들은 미적인 성찰을 그들의 시적 실천의 내적인 부분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예를 들어 급격한 관점전환, 도발적인 형식파괴 또는 다(多)언어적 다양성을 통해서 이를 그들 시 속에서 표현한다.

  * 횔덜린, 벤, 클링 모두 자신들의 고유한 시 형식(또는 시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 최근의 양적인 날짜변동과 함께 실제로 완전히 새롭고 다른 것들이 시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크리스티안 메츠(Christian Metz)가 그의 기고문에서 말했듯이, 좀 더 시간적 간격을 두어야지 신빙성 있는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미 모니카 링스(Monika Rincks)의 시학 속에서 시각적으로 무질서한 굴절과 회절의 표상들이 엄격한 성찰과 자기 비춰보기의 오래된 (시각적) 개념의 자리에 점차 들어서고 있다는 메츠의 테제에 동의했다. 그러한 표상은 이와 상응하는 시작 행위에서 새로운 상을 형성하고 있다. 뷔히너(Büchner)상 수상자인 얀 바그너(Jan Wagner)의 시 3편과 관련해서 에른스트 오스터캄프 역시 논증적이고 교양있고 자기성찰적인 시학으로부터의 뚜렷한 전향을 확언한다. 왜냐하면 그의 테제에 따르면 좋은 시란 내면의 충만한 의미와 외면의 다양성을 언어적으로 창작하는 시이기 때문이다. 또한 좋은 시는 부차적인 동시에 암시적으로 시적 테크닉을 요구하지만, 어디까지나 테크닉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시인들은 시학적 특징을 가지고 텍스트와 언어공간의 테두리를 확장시키고 있다. 탄야 반 후른은 마리온 포쉬만(Marion Poschmann) 또는 프란츠 요제프 체르닌(Franz Josef Czernin)의 시에 대한 학술적인 주해와 맺음말 그리고 울리케 드레스너(Ulrike Draesner)와 슈테펜 폽(Steffen Popp)의 다른 부수적 텍스트를 예로 들면서 시집의 소위 부속텍스트를 핵심적인 맥락으로서 읽어야 하며 진지하게 다루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프리더 폰 암몬(Frieder von Ammon)은 울야나 볼프(Uljana Wolf)의 시에서 다른 언어권으로의 전위와 산책을 관찰한다. 시집 「나의 가장 아름다운 언어(meine schönste lengevitch)」에 수록된 시는 미국식 영어의 어법을 통해서 현대시의 전적으로 계획적인 시적 복수화 및 국제화에 이바지한다.

  * "나의 가장 아름다운 언어"는 독일어로 "meine schönste Sprache"이고, 영어로는 "my most beautiful language"이다. 독일계 미국인인 쿠르트 슈타인(Kurt M. Stein)이 본인의 언어전환적 경험과 억양이 남아 있는 발음을 상징적으로 "meine schönste lengevitch"라고 표현한 것을 볼프가 차용해왔다고 한다. 언어 간 경계넘기의 한 예시이다. 

 

 

      나머지 기고문들은 표현, 기호, 대상의 스펙트럼 확장을 연구했다. 에비 체마넥(Evi Zemanek)은 ‘인간-식물학(Human-Plant-Studies)’을 근간으로 생명중심주의적 시학의 사상에 대해 논했다. 실케 쇼이어만의 모음집 「풀밭 스케치(Skizze vom Gras)」(2014)와 관련해서 그녀는 꽃의 역할시라는 정말 생소한 장르를 선보였다. 꽃의 역할시에서 꽃은 감각하고 얘기하고 생각하는 존재로서 이해된다. 유타 뮐러 탐(Jutta Müller Tamm)과 루카스 닐스 레길러(Lukas Lils Regeler)는 문학사적으로 다양한 의미에서 기여했다는 맥락에서 토마스 클링(Thomas Kling)의 시에서의 파란색의 문화상징적 암호를 탐구했다. 끝으로 테레지아 프람머(Theresia Prammer)는 마르셀 바이어(Marcel Beyer)의 시집 「흑연(Graphit)」(2014)을 지난 세기의 문학적 영토에 대한 시적이며 시대진단적인 육지측량으로서 해설했다. 게오르그 트라클(Georg Trakl), 볼프강 힐빅(Wolfgang Hilbig) 그리고 토마스 클링이 그 시기의 두드러진 평가기준이 됐다.


○ 해당호의 기고문 목록

 

1) 반어적 시학 : 얀 바그너의 몇몇 시에 대해서 / 에른스트 오스터캄프

2) 제 3의 것(Tertium quid) : 울야나 볼프의 언어전환적 프로그램 / 프리더 폰 암몬(Frieder Von Ammon)

3) 굴절 시학 : 모니카 링스 도약의 시학 읽기 / 크리스티안 메츠

4) 주해욕망과 성찰강박 : 오늘날의 시집 속 시학적 부수적 텍스트 / 탄야 반 호른

5) 꽃을 통해서 : 실케 쇼이어만의 “풀밭 스케치”(2014) 속 생물중심적 시학의 매개로서의 꽃의 역할시 / 에비 체마넥

6) 블루 : 토마스 클링의 시 속 색깔의 시학적 독해 / 유타 뮐러 탐, 루카스 닐스 레겔러

7) “비밀문자를 따라서” : 마르셀 바이어의 시집 “흑연”(2014) / 테레지아 프람머


< 요약정리 (Zusammenfassung) >
  - 독일의 전통적 시학적 시
    1) 고전주의적 전통시학
    2) 문학사적 성찰
  - 독일의 근현대적 시학적 시
    1) 자기성찰적 메타시(die Metalyrik)
    2) 시각적ㆍ언어외적 실험
    3) 시학적 텍스트로서의 부수 텍스트(주해, 맺음말 등)
    4) 언어 간 상호적 교차시도
    5) 표현, 기호, 대상의 스텍트럼 확장

 

 

원문출처 : https://www.projekte.hu-berlin.de/de/zfgerm/1999-2020/heft2-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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